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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Dick Johnson Is Dead: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허망했다. 살아온 인생도 길고 아파서 병원에서 고생하신 날들도 많은데 어쩜 죽음은 그렇게 한순간에 찾아오고 장례는 속전속결 모두가 같은 시간과 절차를 밟아 쏜살같이 진행될까 싶어서.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 이른 아침에 회사에 출근해 밀린 업무를 처리하던 내 모습은 또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일상은 계속되고 나는 그것에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따라가야 한다는 게 무서울 지경이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게을렀구나! 싶기도 했다. 언젠가 반드시 마주할 일이란 걸 모든 가족이 알았지만 병원치료에만 몰두했을 뿐. 할머니의 정신이 온전히 남아있을 때 할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할머니의 삶을 더 잘 보존, 기억하는 우리만의 방법을 고민하는 데에는 시간을 쓰지 않았다는 걸.   Dic.. 2024. 11. 14.
다큐멘터리 Camera Person: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각종 영상물에서 카메라는 곧 감독의 시선이자 시청자의 시선을 대신한다. 그리고 촬영된 수많은 푸티지 중에서 일부만이 선택되고 재가공 돼 시청자에게 닿는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어떻게 찍느냐, 왜 찍느냐, 그리고 촬영된 것 중 어떤 것만을 쓰느냐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는 의도가 있다. 나아가, 제작자의 가치관과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엿보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Camera Person (2016)Director: Kirsten Johnson다큐멘터리 Camera Person은 다양한 작품에서 카메라 감독으로 활약한 Kirsten Johnson이 수년간 촬영한 푸지티들을 엮어 만든 작품이다. 그녀가 자신의 카메라와 함께 누빈 세상 구석구석과 그 안의 상처받은 사람들, 부조리한 일.. 2024. 11. 13.
다큐멘터리 Fire of Love: 화산을 사랑한 두 소울메이트 누군가가 특정 대상에 남들과는 현저히 차이나는 엄청난 열정을 쏟을 때. 관점에 따라서 그 사람은 답도 없이 무모한 짓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괴짜다. 혹은 그냥 내 알 바 아닐 수도 있고.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별 거 없는 일상을 재미있게 꾸려가는구나 싶어 응원하기도 한다. 선구안이 있다면, '흠.. 얘 하는 짓이 심상치 않군 언젠가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되겠구나' 생각할지도. 인생의 소울메이트는 여기서 결정되는 것 같다. 열에 아홉이 그거 왜 해? 무슨 쓸모가 있어? 그게 돈이 돼? 그거 위험해! 와 같은 염려, 은근한 반대, 잔소리 등을 쏟아부을 때, 조용히 내가 하는 일에 별 말 얹지 않고 그저 지켜봐 주고, 토닥여 주고, 밀어주고, 가끔은 쉬라고 끌어내려주고, '네가 좋음 됐지 뭐'하며 시큰둥.. 2024. 11. 12.
다큐멘터리 A Love Song For Latasha: 빛났고, 여전히 빛나는 너를 기억해 사랑하는 사람과 잘 이별하는 방법은 뭘까. 특히나, 예상치 못하게 곁을 떠난 사람일 때. 불의의 사고나 사건의 희생자일 때. 내 생각엔, 남은 사람들의 슬픔은 평생 '치유'되지 않는다. '시간이 약'이 아닌 경우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은 옅어져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 함께한다. 삶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애써 슬픔에서 고개를 돌리지만, 불쑥 문득문득 밀려오는 감정을 어찌할 도리는 없다. 조금 덜 아프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내 곁을 떠난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빛났는지를 기억하고 기리는 것일 테다.   A Love Song For Latasha (2020)Director: Sophia Nahli Allison 1992년 LA 폭동을 촉발시킨 여러 사건 중 두순자 사건이.. 2024. 11. 11.
다큐멘터리 Freedom Swimmer: 자유를 찾아 헤엄치던 밤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1950년-1980년 사이에 중국에서 도망치고자 거센 바다를 작은 뗏목과 수영으로 건너 홍콩에 다다른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2019-2020년에는 홍콩 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에 있는 손주 세대가.   Freedom Swimmer (2021)감독: Olivia Martin-McGuire 빛나는 스토리텔링. 15분 내내 이야기가 얼마나 촘촘히 엮여 있는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총 세 종류의 소스(애니메이션, 아카이브, 새로이 촬영된 것)가 작품을 채우고 있는데, 각자 따로 놀지 않고 상호 보완해 주는 관계로 작동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출과 재연의 방식도 인상적이다. 헉! 하면서 남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3분 30초부터다. 집에서 편안하.. 2024.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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