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No Other Land: 악의 증명

성악설과 성선설 중에서 나는 전자를 믿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성악설은 이렇다: 갓 태어난 인간, 즉 아무것도 학습한 게 없는 인간은 생존 본능 때문에 악할 수밖에 없다. 너도 나도 조금 혹은 많이 나쁜 놈이다. 그래서 서로 물어뜯고 싸운다. 하지만 나중엔 강자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결국엔 강자들마저도 멸종한다. 인간은 혼자서는 결코, 제 아무리 잘났어도 독야청청 못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이 설령 위선일지라도, 위선도 선이다) 택한 탁월한 새로운 생존 전략: 집, 학교, 사회에서 끊임없이 친절과 양심과 배려와 평등과 정의와 사랑의 약속을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기. 서로 다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게 됨을 거듭 확인하면서 실천을 지속하기.

 

하지만 요즘엔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다. 죄의식이 없다. 날것 그대로의 탐욕만 있다. 나는 있고 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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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Other Land

Director: Yuval Abraham, Basel Adra, Hamdan Ballal, Rachel Szor

 

팔레스타인 활동가, 이 다큐멘터리의 공동 감독이자 출연자인 Basel Adra. 그의 가족은 대대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Masafer Yatta에서 살아왔다. 그 얘기는 곧 그가 어려서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이스라엘군의 강제 마을 철거를 목격해 왔음을 뜻하기도 한다. Basel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저항하는지를 날것 그대로 촬영한다. 이스라엘군은 낮이고 밤이고 수차례 마을에 불도저를 몰고 와서 집과 건물들을 파괴하고 거주민들을 내쫓는다. 무장 군인들은 사람들을 위협하고 끝내 다치게 한다. 마을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 속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Basel의 얼굴엔 보이지 않는 것만 같지만 놓기도 어려운 희망과 정의에 대한 갈망이 어려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이스라엘의 침략행위를 멈추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라 주장하는 이스라엘 저널리스트 Yuval Abraham이 함께한다.

 

 

 

 

작품이 다루는 시간은 2019년부터 2023년 10월 전 까지다.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날것 그대로의 현장이 시간 순서대로 전개된다. 카메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거리를 좁히며 다가와 비무장한 주민들을 겁박하고 공격하는 이스라엘군인의 얼굴, 행동, 목소리, 건물이 붕괴되는 소리, Basel의 흔들리는 카메라, 거친 호흡, 고통받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담겨있다.

 

쉽게 볼 수 있는 작품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Basel과 Yuval, 그리고 다른 두 감독들이 진실을 기록하고 알려 변화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의 안전을 걸고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저항의 증명이기 때문이다. 충격적이고 강렬한 이미지와 오디오가 폭탄처럼 쏟아지는 것 같아 고통스러웠던 나의 경험은 고작 영화가 상영되던 90분에 불과했지만, 그 폭격이 실재하는 곳에서 이미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2025년 4월 지금까지도 그 공포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상 속 이스라엘군이 몰고 온 노란 불도저들에는 한국 기업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인종도 언어도 국가도 달라서 내 일, 우리 일이 아니다?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HD현대의 팔레스타인 가옥파괴 공모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다큐멘터리는 현재진행형이다. 

오스카상 수상 ‘노 아더 랜드’ 팔레스타인 감독, 이스라엘군에 체포

 

 

 

공식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