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부터 넷플릭스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영화들이 가득이다. 한 해 동안 속 뒤집어지는 일, 기가 막힌 일, 영화보다 지독한 현실에 몸서리치는 경험들을 했을 테니 연말에는 사랑, 용서, 화합의 이야기로 치유하라는 듯이.
The Last Repair Shop (2023)
Director: Ben Proudfoot, Kris Bowers
미국 LA에서 학생들의 클래식 악기들을 수리해주는 네 장인의 이야기다. 현악기 담당 Dana, 금관악기 Paty, 목관악기 Duane, 피아노 담당 Steve까지. 그들이 누구인지, 악기 수리점이 그들의 인생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고쳐진 악기가 학생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가 40분에 담겼다. Steve가 메인 내레이터 역할을 맡아 네 명의 장인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엮는 친절한 구성이다. 클래식 악기의 내외부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나?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싶은 클로즈업 샷들도 인상적이다. 수리점 내부의 어둠과 노란빛의 활용 덕분에 네 명의 작업자들과 여러 악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삽입된 클래식 음악이 고조시키는 흥미로움과 벅참의 감정도 좋고.
솔직히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단조로워서, 때론 보잘 것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먹고, 자고, 일하기의 반복이니까. 하지만 굳이 찾아 듣는 음악, 숏폼의 시대에 애써서 보려는 장편 영화, 피곤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싶어 걸으러 나가는 짧은 시간들이 추억을 만든다. 내일 또 몸을 일으킬 힘을 준다. 영감이 된다. The Last Repair Shop의 장인들과 학생들에겐 음악이 그 역할을 한 것 같다. 내가 발견한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음악은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할 수 있는가?', '음악은 어떻게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이다. 예술의 힘과 아름다움을 따스히 조명한, 연말에 어울리는 다큐멘터리라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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