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단순히 한 개인이나 가족이 생활하는 물리적 장소라고만 볼 수 있을까? 그 이상의 의미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시작되고 배우고 꿈꾸고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에 개입되는 요소가 집이다. 우리 인생의 근간. 이는 곧 이야기의 근원이기도. 여러 다큐멘터리들이 집을 얻으려는 사람, 잃은 사람, 지키려는 사람, 떠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Hanging On (2021)
Director: Alfie Barker
썸네일의 중요성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에 사람이 와이어에 매달려 떠 있는 모습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당장 봤다. 영국 잉글랜드 북부의 한 마을의 주민들이 집에서 쫓겨나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 개발 업체가 시 당국과 손을 잡고 해당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밀어붙이는 상황이기 때문. 시각적으로 주민들이 처한 위기의 상황을 다양하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인 작품. 집 바깥에서 벽이나 문, 빨랫줄을 잡고 둥둥 떠있는 모습이나, 인터뷰 토킹 헤드 샷이 없는 대신 보이스 오버 위에 전화기 컷을 쓴다거나, 따스한 색감의 집 안 풍경과 바깥의 대비 등.
Almeda (2022)
Director: Paul Hairston
2020년 미국 Southern Oregon 산불로, 특히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살던 지역에 피해가 컸다. 이 15분 단편은 삶의 터전을 잃은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디오로 정보를 마구 퍼주는 작품은 아니다. 대신 보여준다. 푸른빛이 감도는 폐허가 된 집들의 모습과 노란빛이 가득한 임시 거처의 대비가 사람들에게 집이란 안전한 장소이자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는 원천임을 보여준다. 이민자로서 한 사회에 자리 잡는 것이 특히나 더 고될 수밖에 없고, 집을 잃은 상황은 매우 고통스러운 '불안정'한 상태일 것. 그러나 화면은 전체적으로 매우 정적이고 차분하다. 덕분에 세 가족의 인터뷰나 행동에 '굳센 마음'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연함', '희망을 잃지 않음'과 같은 힘이 실리는 듯했다.
Home (2013)
Director: Thomas Gleeson
본 지 10년도 더 됐는데, 최초의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또 기록하는 다큐. 사람의 음성 언어를 완전히 배제하고 이미지와 현장음으로만 채운 단편. 영상이 정말로 하나의 '언어'임을 깨닫게 했다.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스토리텔링 방법과 집에 대한 고정된 생각을 깨는 내용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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