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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ies

다큐멘터리 Seeing Allred: 글로리아 올레드를 제대로 보다

by solim 2024. 11. 21.

'피해자'가 스스로를 '생존자'라 인식하고, 나아가 자신의 아픔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의 보호을 수 있도록 싸우는 '파이터'가 되는 경우. 그렇게 조금씩 평등하고 자유롭고 안전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일. 우리는 많이 봐 왔다.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여러 참사의 유족, 매일 끊이지 않는 여성혐오 범죄의 피해자나 유가족,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부모나 선생님 등이 서로 연대하고, 지지하고, 사회에 아젠다를 던지고, 관련 법을 만들도록 촉구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한 사회 구성원이자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는 모두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두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들이 동료 시민들에게 만들어 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 사회를 누리며 생활한다는 이유에서.  

 

 

 

 

Seeing Allred (글로리아 올레드: 약자 편에 서다) (2018)

Director: Sophie Sartain, Roberta Grossman

 

미국의 인권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는 성폭행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그리고 사회운동가로 나아간 사람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삶과 커리어(사실 그녀에게 둘은 거의 일치한다)를 다룬 일종의 전기 다큐멘터리.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로 뻗어나간다. 현재와 과거. 2014년에 시작된 빌 코즈비 사건으로 '성범죄 공소시효'를 두고 투쟁하는 글로리아의 모습이 큰 한 축을 담당하고, 그 사이사이 1977년부터 1994년까지 그녀가 걸어온 길과 주요 변호 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녀는 꾸준히 여성 인권과 관련된 사안에 목소리를 높였고 여러 사건을 담당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성범죄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2017년 미투 운동, 이후 트럼프의 성범죄를 고발하는 여성들을 변호하는 것까지.

 

"전 매일 전쟁같은 삶을 살아요. 여성을 향한 전쟁이 있죠. 정말로 존재해요."

"여성을 대변하는 건 그 자체로 여성에게 힘을 싣는 경험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미디어에 자주 출연하는 관종', '싸움닭 기질이 다분해 피곤한 여자', 또는 유명인을 자주 변호하기 때문에 '돈을 밝히는 속물'이라고 매도한다. 그렇지만 오프닝부터 글로리아 올레드는 밝힌다. "I don't really care."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진짜 그녀를 보게 된다. 그녀는 매우 지혜로워서, 주목이 필요한 사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그 힘을 자신의 법률 지식과 연계해 가능한 많은 여성을 돕는 데 가장 효율적으로 쓸 줄 아는 사람. 법정 안과 밖에서 잘 싸우고 이기는 법을 아는 변호사라는 것을. 영어 원제가 Seeing Allred - 글로리아 올레드를 '보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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