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잘 이별하는 방법은 뭘까. 특히나, 예상치 못하게 곁을 떠난 사람일 때. 불의의 사고나 사건의 희생자일 때. 내 생각엔, 남은 사람들의 슬픔은 평생 '치유'되지 않는다. '시간이 약'이 아닌 경우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은 옅어져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 함께한다. 삶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애써 슬픔에서 고개를 돌리지만, 불쑥 문득문득 밀려오는 감정을 어찌할 도리는 없다. 조금 덜 아프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내 곁을 떠난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빛났는지를 기억하고 기리는 것일 테다.
A Love Song For Latasha (2020)
Director: Sophia Nahli Allison
1992년 LA 폭동을 촉발시킨 여러 사건 중 두순자 사건이 있다. LA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두순자가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Latasha Harlins)를 살해한 일이다. 이유는 라타샤를 절도범으로 오인했기 때문.
A Love Song For Latasha는 이때 희생된 라타샤 할린스의 15년의 인생을 다룬다. 19분의 러닝타임은 라타샤의 가족과 친구의 회상과 증언으로 채워진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라타샤가 세상을 떠난 날의 충격적인 폐쇄회로 화면이나 그를 다룬 뉴스 화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라타샤의 죽음 그 자체보다, 15세 소녀가 얼마나 평화롭고 더 나은 스스로의 삶과 사회 환경을 바라는 꿈으로 가득 찬 나날을 보냈는지에 더 중점을 둔다. 작품은 라타샤가 품은 선한 마음과 그녀의 주변인들이 그녀를 기리는 마음을 밝히기에 집중한다.
화면은 햇살 좋은 날의 LA를 거닐던 라타샤를 보여주듯 컬러풀하고 80년 후반-90년 홈비디오를 보듯 글리치나 플래시 효과 등이 적절히 더해졌다. 빠른 속도감의 컷편집과 이미지 상징들은 작품을 뮤직비디오처럼 느끼게 하기도 해서, 제목 'love song'이 이해되는 지점. 애니메이션까지 더해져, 굉장히 젊은 감각의 예술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멋 부림이 아닌 담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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