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특정 대상에 남들과는 현저히 차이나는 엄청난 열정을 쏟을 때. 관점에 따라서 그 사람은 답도 없이 무모한 짓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괴짜다. 혹은 그냥 내 알 바 아닐 수도 있고.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별 거 없는 일상을 재미있게 꾸려가는구나 싶어 응원하기도 한다. 선구안이 있다면, '흠.. 얘 하는 짓이 심상치 않군 언젠가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되겠구나' 생각할지도.
인생의 소울메이트는 여기서 결정되는 것 같다. 열에 아홉이 그거 왜 해? 무슨 쓸모가 있어? 그게 돈이 돼? 그거 위험해! 와 같은 염려, 은근한 반대, 잔소리 등을 쏟아부을 때, 조용히 내가 하는 일에 별 말 얹지 않고 그저 지켜봐 주고, 토닥여 주고, 밀어주고, 가끔은 쉬라고 끌어내려주고, '네가 좋음 됐지 뭐'하며 시큰둥한 척하면서도 관심을 놓지 않아 주는 사람. 나아가, 나와 함께해 주는 사람.
Fire of Love (2018)
Director: Sara Dosa
Fire of Love는 부부 화산학자 Katia와 Maurice의 삶을 다룬다. 두 사람의 첫만남부터 한날한시에 함께 맞이한 죽음까지, 매 순간 화산 탐험, 관찰, 기록, 연구를 함께했던 용기 있는 두 연인. (화산찐덕후) 볼 때는 덤덤하게 오.. 그랬구나 하고 말았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 사람들 진짜 겁도 없나 주변에서 왜 안 말렸댜? 싶은 것이다. 둘이 만나 다행이지 뭐.
이 분야, 이 두 사람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도 이 작품을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삽입된 차분한 내레이션이 내용이 낯설 시청자를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Katia와 Maurice 부부 그리고 그들의 친구가 직접 촬영한 생생한 화산들의 영상이 시각적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위기의 음악이 삽입 돼 몰입을 돕는다. 덕분에 시간 순으로 천천히 진행되는 이야기가 지루할 틈이 없다. 클로즈업 샷이 줌아웃 되면서 광각으로 전체 풍경을 다 보여주는 부분들이 여러번 반복된다. 거대한 자연과 돌덩이 하나 같은 인간의 대비가 잘 보여서 인상 깊게 남았다. 두 인물의 성취와 업적을 강조하기보다는 두 소울메이트의 인연과 삶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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