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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UK

get to know 썸띵: 영국 석사 유학 1학기 기록

by solim 2024. 5. 20.

1학기 사건: 23년 9월 개강 후 13주 간 수업한 첫 학기가 허벌나게 빠르게 흘러버려서 24년 5월에야 기록을 남기게 된 사건

 

 

첫 학기에 조금씩 더 알게 된 것들의 목록

 

1. 학교

수업 재밌고 알차다. 교수님들 준비 많이 해오고 엄청 퍼주고 학생들 케어 꼼꼼히 해주심. 촬영/녹음 스튜디오와 편집실들도 훌륭하고. 과 사무실에서 외부 교육, 촬영, 네트워킹 이벤트 참여 기회에 대한 소식을 굉장히 많이 전해줘서 여기저기 학생 신분으로 기웃거려 보기 좋다.

맨체스터 내 다른 대학에서 학부 공부를 했던 친구 말로는 우리 학교가 특히 더 진보적이라고 하던데. 한국에서만 지내봤던 사람으로서는 성중립화장실의 존재, LGBTQ+ 관련 행사나 케어, accessibility에 대한 고려가 돋보이는 학교 시설과 여러 안내 문구 등을 보면서 '오, 확실히 다르구나' 느꼈다. 게다가 학생들의 인종구성도 너무나도 다양해서, 아무리 봐도 한국인은 나뿐인 것 같은 학교 생활이지만 위축되거나 외롭다거나 하지 않았음. 초반에 쫄아있는 건 내 마음과 자신감이었다.

 

많이 보고 많이 찍어보라면서 과제를 그렇게 많이 주면 대체 언제

 

프리미어만 쓴 지 10년... 다빈치 좋은 거 알겠는데 어색함

 

risk assessment 써야 하는 것만 빼면 다 좋은데말야

 

 

 

 

2. 다큐멘터리

1학기에 교수님이 '보면 좋다'고 전해준 워치리스트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BoB,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아니면 비메오나 shortverse에 올라오는 작품들 등 가리지 않고 보느라고 바빴다. 내가 기억하는 1학기는 그냥 '많이 봤다'의 시간이다.  (고전?)클래식부터 최근작까지 만듦새가 정석적으로 훌륭하거나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거나 하는.

재생이 시작된 시점부터 엔딩크레딧 올라가기 까지 메모하며 보고 노트에 한 편씩 기록. 각 작품의 이야기의 시발점은 어디인지, 어떤 구조로 흘러가는지, 캐릭터는 누구고 각각의 역할은 무엇인지, 전체적인 톤과 특징적인 시각적 요소를 분석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궁극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주제나 질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연습. 교수님이 학기 내내 강조하고 연습시켰던 것. 때론 그냥 오타쿠 모임 같았다. 매주 수업 시간에 각자 지난주에 뭘 봤고 무엇이 왜 좋았는지 의견 나누고 야 그거 쩐다 미쳤다 대박이다 하는...

한글자막 당연히 없는지라 영어 자막 켤 수 있으면 땡큐였는데, 자막이 없는데 억양이 너무 세거나 말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의학법학과학 등 잘 모르는 분야일 때 내게 주어진 두가지 옵션: 두 번 보거나, 내용 대신 구조를 본다. 가장 큰 시련을 주었던 것은 Grey Gardens(1975)와 Hale County This Morning, This Evening(2018) 이었음. 작품에 대한 감상보다 러닝 타임 내내 고통받았던 나의 기억만 남아있음...

좋은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체감했는데, 모방이라도 시도해보고자 하게 되기 때문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어떻게 접근하고 발전시키면 좋을지 그 예시가 되어주기 때문. 물론 이상향과 이론을 아는 것과 그걸 수행해 내는 것에는 큰... 괴리가 있음... ㅎㅎ

언젠가(!) 다큐멘터리 소개 블로그도 써봐야지 생각(만) 함

 

이론을 안다고 실천도 되는 건 아니었음...

 

 

 

3. 영국  맨체스터

이 궂은 날씨에 사람들이 친절하다. 내가 겪은 맨체스터 사람들이란 아직 학교 안에서 만난 사람들, 자주 다니는 가게와 그 길에서 마주한 이들 뿐이고 진정한 인간군상은 직장생활을 해봐야 알게 되겠지만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자주 곱씹었다. 사는 게 고되고 날씨도 안 도와주고 각자 고민을 껴안고 지내고 인생 어쩔 땐 너무 보잘것 없는데도 계속 살아가게 하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다정함 때문이고 덕분이라고.  

8월에 겪은 최고 기온 22도. 난 오자마자 계속 춥다고 느껴서 반소매는 거의 안 입고 차곡차곡 장만한 가을, 겨울 옷으로 연명. 외투는 가급적 모자 달린 것으로... 머리에 비 맞기가 싫었거든. 우산은 쓸 수 없다. 바람이 제주도 처럼 불어서 쓰는 게 의미가 없음. 초반에는 꼬박꼬박 우산 챙겼는데 나중엔 패스. 겨울에는 파란 하늘 보기가 손에 꼽는데다 비+바람 콜라보로 체감하는 추위의 종류가 다름. 서울의 추위가 고통이라면 맨체스터의 추위는 기분이 나쁘다. (?)

평생을 서울에 살던 사람에게 수도 런던 아닌 맨체스터는 상대적으로 작고 조구마하다. 축구나 영국 밴드 팬이 아니라면 맨체스터 '관광'은 심심하지 않을까 싶은 감도 살짝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축구박물관, 축구장 두 곳, 유명하다는 펍들 몇 곳, northern quarter 둘러보고 나면 끝인가...? 더 살아보고 친구들한테 추천도 받아봐야겠지. 맛집.. 당연히 있지만 외식비가 부담스러워서 잘 안 다니는지라 판단 보류. 

비가 안 오는 게 더 이상함

 

버스보다 트램을 자주 이용

 

가을

 

크리스마스 마켓

 

 

 

 

4. 나

학교 생활과 주어지는 과제들을 대하는 나: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단련된(...) 한국인 그 자체. 일 하려고 태어나 사람마냥 몰두하고 시간 투자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그만큼 많이 받는 게 여기서도 똑같음. 습관이 된 일 처리 방식 덕분에 할일이 사방에서 우수수 떨어져도 하나씩 차근차근 잘 쳐내고 해내고 그랬던 듯. 게다가 내가 한국서 학부 막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왔으면 아마 어려웠을 텐데, 그래도 사회생활 하다가 나이 좀 먹고 와서 그런지 학기 내내 멘탈 관리를 꽤 잘 한 것 같다. 칭찬혀. 실시간으로 멘탈 바스라지는 동기 친구들(20초-중반)을 잠자코 지켜보면서 특히 느꼈다, 나도 많이 단단해졌구나! 하고. (그치만 그들은 멘탈 대신 체력이 있었다) ... 잠자코 생각해보니 수면 8시간 절대사수 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음.

외로움? 별로 안 느낀 것 같네. 이곳에서의 나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내 인생 하나 잘 끌고 가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내 리소스를 다 썼던지라 '외국어를 쓰는 낯선 곳에서 가족도 애인도 없이 혼자 지내서' 외로울 시간이..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 

새로이 발견한 것: 요리를 즐김(잘함x), 기존에 스스로 알고 생각했던 것 보다도 부지런함, 하지만 루틴을 한 번 놓는 순간 진짜 와장창좌좡창 말 그대로 아 무 것 도 안 함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까지 재부팅이 오래 걸림=사람이 극단적임

첫 학기의 나를 살린 곳=도서관

 

종종 문화생활도 야무지게 했는데 영화 상영 전 광고 20분은 진짜...

 

나를 위한 선물로 이것만한 게 없다

 

모든 것은 과제 마무리를 향한 빌드업

 

 

 

 

 

 

 

 

그리고 겨울 방학 때 서울 다녀온 건 너무나도 잘한 일이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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