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 UK

영국에서 집 구하기: 외국인이여 견뎌라 내 한몸 누일 곳을 위하여

by solim 2024. 9. 18.

일단, 집 구하는 게 한국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니 여기서도 당연히 그렇다. 생각하고 따지고 알아봐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큰돈을 쓰는 것이니 심적으로도 부담스럽고, 문제가 생겼다 하면 리스크가 크니 긴장도 되고. 게다가 해외에서 혼자 모든 걸 알아보고 절차를 밟는다…? 문의해도 답을 주지 않는 부동산들과 이해할 수 없는 구린 일처리 등을 가만히 지켜보고 인내하는 고통의 시간을 지내야만 내 한 몸 편히 누일 곳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학생 신분도 9월에 끝, 학생 기숙사 계약도 끝. 이사 갈 곳을 찾을 때 내가 세운 조건은
⁃ 1층에 공동 출입문과 컨시어지/관리사무실/데스크 등이 있는 아파트 형태: 안전제일
⁃ 부엌이나 화장실 쉐어 절대 안 함: 플랫메이트 없는 삶을 추구…
⁃ 스튜디오나 원 베드 룸
⁃ Furnished: 가구까지 살 돈은 없어요, 나중에 옮길 일 생겨도 골치 아파요
⁃ 시티 센터에서 멀다면 집 가까이에 트램이나 버스가 있어야 함
⁃ 마지막으로, 위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서 내 예산에 맞는 그곳!
 
이용한 웹사이트는 rightmove. zoopla나 spare room 같은 곳에도 같은 물건이 올라오길래, 한 곳만 팠다. 부동산이 단순 중개업만 하는 게 아니라 건축 디벨로퍼/시행사 이기도 한 경우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문의했다. 예를 들면 X1 Lettings. 가지고 있는 물건은 많은데 진짜 내 문의만 씹나? 싶을 정도로 연락이 안 왔던 곳은 사무실에 직접 찾아감. 거기가 바로 PhilipJames… 

대략 서른 곳 문의, 뷰잉은 여섯 집 정도...

 
웹사이트에서 내 마음에 드는 방을 찾은 뒤에는, 답답해서 죽지 않기와의 싸움이었다!
 
이메일 혹은 전화로 연락하기: 나 관심 있다 집 보게 해 주라! 혹은 궁금한 내용.
부동산이 Viewing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알려줬다.
Viewing 진행: 나 혼자 보거나, 이 집에 관심 있는 여러 팀의 사람들과 함께… 
마음에 들었다면 Offer 넣기: 부동산이 보내준 양식을 꼼꼼히 적어서 제출하면 집주인에게 전달됨. 집주인 연락 기다리기
 
여기서, 나의 집 구하기를 더 힘들게 만들었던 요소들.
⁃ 현재 신분 학생=unemployed
⁃ 영국인 보증인(British guarantor) 없음
때문에 집주인들이 6개월이나 12개월치 월세를 선납하기를 원했다. 
 
아, 정말이지 사람 대 사람, 서로 예의를 지키고 권리를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사회구성원끼리의 믿음이란 얼마나 얄팍한가. 요즘 시대에 믿음의 완성은 돈이다. 
‘돈을 인생 최우선 가치로 두지 말자’는 나의 다짐과 노력이 무색해진다. 12개월치 월세 선납? 어차피 다달이 나갈 돈이라고 해도 그걸 한 번에 다 내려고 하니 통장에 난 자리가 너무 눈에 띄잖아. 마음도 텅 비잖어. 역시 돈 많은 게 최고다, 인생 펴고 싶으면 돈이 많아야 한다. 이런 생각 들 수밖에 없잖어. 
게다가 대통령 바뀌고 나라에 망조가 들었나 ㅅㅂ 싶게 미쳐버린 환율. (대통령과 2찍들을 욕하고 싶을 뿐 환율과의 연관성 같은 건 잘 알지 못합니다) 1파운드가 1800원 가까이 치솟는 사건이 벌어지는 시기. 한국에서 멘탈이랑 몸 갈아서 벌었던 내 소듕한 돈의 가치가 폭락하는 그 드러운 기분… 그래 돈은 무조건 많이 벌고 봐야 하는구나! 온갖 생각이 섞이고 뒤엉켜 내린 결론.
 
아,, 오케,,, 내가 영국서 employed 상태의 인간이 되려면 일단 구직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길바닥에 나앉아서 할 수는 없잖어. 내야지 뭐,,, 
 
집주인이 나의 Offer를 수락한 뒤에는 부동산에 Holding Deposit을 보내야 한다. 
그러면 부동산 매물 웹사이트에서 물건이 내려감. Off the market 혹은 Leg agreed로 표시된다.
집주인의 오케이 사인을 받은 날로부터 대략 2주 정도 후가 계약 시작일/이삿날이 됐다.
 
Reference check 진행: 무전취식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불법체류자도 아닌데 그냥 내가 이곳에서 이방인이라는 것이 서러워지는 단계. financial stability를 증명하라는 각종 요청, 예를 들면 현재 다니는 직장/연봉/가구 연소득/계좌잔고 등. 전에 살았던 집 레퍼런스 체크도 있는데, 집을 깨끗이 쓰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보겠다는 거야 뭐야. national insurance 넘버도 써야 했고… right to rent 증명도. 그냥 다 때려치우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주말이나 뱅크 홀리데이가 껴 있기도 했던지라, 일주일 정도 걸렸다. 
 
내가 이 집을 빌려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된 다음에는 부동산의 도움을 받아 집주인과 계약서를 주고받고, 각종 서류에 사인하고, 열쇠를 받으러 부동산에 가면 
드디어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어요!!!
 
 
이 과정에서 내가 겪은 두 가지 기분 요상 꾸리 해지는 일을 풀어보지요.
 
하나. 집 A가 맘에 들었음. 뷰잉 마치고 두 시간 후에 오퍼 넣음. 부동산이 ‘안타깝지만 너 바로 직전에 오퍼 넣은 사람이랑 집주인이 진행하기로 했어.‘ 그런데 하루 뒤에 1순위 세입자였던 사람이 보증금을 시간 내에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에게 기회가 옴. 아싸. 보증금 바로 보낼 수 있었지만, 추가로 확실히 하고 싶은 사항이 있어서 메일로 문의를 넣음. 부동산이 답을 안 함.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가 전화했더니 그 사이에 1순위 세입자였던 사람이 보증금을 보내서 이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답을 줌. 이색기들이… 시방 나랑 장난혀? 미안하다면 다야?
 
둘. 집 B 계약을 진행 중. 부동산에서 먼저 이사할 날짜를 제시함. 받아들임. 근데 계약서 싸인 및 보증금+선납월세 지불이 이삿날/계약시작일 전날에도 이뤄지지 않음. 집주인이 해외에 살고 있어서 연락이 빨리빨리 안 된대. 부동산도 기다리고 있대. 나는 결국 부동산에서 알려준 날에 이사를 백 퍼센트 못 할 거라고 체념하는 상태에 이르렀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를 조율하는 부동산의 일처리가 구린 것도 빡치는데 나한테 아무런 미안하다는 얘기도 안 해서 더 분노했다. 그런데? 이삿날 낮 한시에 계약서가 왔고, 사인했고, 보내야 할 돈을 모두 보냈다. 부동산 문 닫기 30분 전에 열쇠를 받으러 갔다. 그리고 이사했다. 집 B가 내 새 둥지가 됨…. 상식적으로 이사 전날에 모든 게 마무리되고 집 열쇠를 세입자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건 저만의 상식인가요…? 한국에서는 이삿날에 아침부터 짐 싣고 나르느라 바쁘잖아요….? 영국은 이런가요? 영국이어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고요? 내가 기숙사에서 짐 다 빼서 친구네 집에서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에 호텔이나 에어비엔비에서 머물고 있었으면 어쩔 거냐고.

+ 그 외에 집 구하면서 주워들은 이야기 및 체득한 것
- 1, 2월에 부동산 시장이 한적하다, 집값이 싸다
- 8, 9월에 6개월 계약하면 물건이 잘 안 나가는 1, 2월에 방을 내놔야 하므로 집주인들이 싫어한다 (내가 알빠임..?)
- 7, 8, 9월은 각 도시마다 학생들이 밀려들어와 집을 구하느라 제일 바쁜 시기=집값이 비싸다
- 물건이 올라온 지 한참 됐는데 아직도 계약이 안 된 집에는 다 이유가 있다... 
- 물건 올렸다가 안 빠지고 시간만 지나면, 부동산들이 웹사이트에서 내렸다가 다시 올리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 잘 안 나가는 집
- 뷰잉 때 사람이 많았다? 내 마음에도 들었다? 오퍼 넣기는 속도전이다
- 영국인 보증인도 그냥 영국 여권 가진 사람이면 되는 게 아니었다...! 수입이 일정 금액 이상이어야 하더라...!
- 답답하면 부동산 직접 찾아가는 게 직빵이다
 
 
 
2024년에? 새 아파트를 지어도? 왜 열쇠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열쇠 짤랑이며 이사한 마이 뉴 플레이쓰. 
기뻐하고 안도할 새가 없다. 전기와 물 회사를 고르고, 연락해서 내가 새로 이사했음을 알리고, 거주 시작하는 시점의 전기와 물 meter reading을 제출해야 한다. Home broadband 업체를 골라 연락해서 와이파이 설치도. 그 와중에 청소하고 짐 풀고 그래야죵. 장도 보고요. 새로운 동네 적응도 하고요. 쓰레기 버리는 곳 어디인지, 메일이랑 택배 어디서 받는지도 확인하고요. 필요한 가구가 있다면 이케아에도 다녀와야 합니다. 그렇게… 온몸에 파스 덕지덕지 붙이고 나면 얼추 이사가 마무리되더구먼.




새 출발 새 도전, 나 화이팅이다리~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