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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ies

다큐멘터리 Pink Saris: 목소리 내고 행동하는 여성이 바꾸는 것들

by solim 2024. 11. 17.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요즘 오프라인에서는 그나마 듣기 어려운 말이 됐으려나? 그마저도 여전히 의심스럽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요즘에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면 사회가 얼마나 여성들의 입을 막고 싶어 하는지가 투명하게 들여다 보인다. 오래전부터, 그리고 여전히. 솔직히 최근에 들려오는 뉴스들이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사회가 진보하는 게 아니라 쇠퇴하는 것 같다는 의심을 떨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여성으로서 ‘목소리 내고 행동하는 여성들‘에 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온 사회의 가스라이팅을 견뎌내고 싸운 과거의 여성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공부하고 일하고 일찍 죽지 않고 살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저 찌질하고 비겁하며 쉰내 나는 속담이 가리려는 진실은 이것이다. 여성의 행동이 방정맞거나 성품이 못됐거나 ’가부장제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해서 어떤 조직이 흔들리는 게 아니다. 여성들이 문제를 고발해서, ’망하는 것이 마땅한 것’을 무너뜨린다는 얘기다. 여성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분명히 안다. 무엇이 진실인지 오래전부터 늘 알고 있었다.





Pink Saris (2010)
Director: Kim Longinotto

Sampat은 인도의 한 지역에서 조혼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소녀와 여성들을 돕는 Pink Gang의 리더다. 사리를 입고 차분히 앉아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얼굴에서 드러나는 결연함과 강렬한 눈빛 때문에 ’뭔진 몰라도 분명히 한가닥 하는 사람이겠군’하는 첫인상을 남기는 인물. 그녀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크며 그녀의 말은 특급 저격수처럼 정확하게 쏜다. 작품에서 Sampat은 굉장히 다양한 것들과 맞선다. 카스트 제도, 조혼 문제, 가정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구제되기는 어려운 사회 환경, 여성의 교육 기회 제한 문제 등. ‘전통‘이라 불리며 유지됐고 기득권은 바꾸려 하지 않는 인도 사회의 ’악습‘에 정면으로 대항한다. 무너지고 다르게 세워져야 마땅한 시스템에 균열을 내려고 한다.
감독 Kim Longinotto는 인위적인 개입 없이 Sampat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담는다. 하지만 감독이 Sampat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 그 자체, 그리고 Samapt과 Sampat을 취재하는 감독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 사건 현장을 에워싼 인파의 절대다수가 남성임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컷들에서 시청자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Sampat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운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녀의 애씀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감독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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